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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구슬의 여정

세상의 모든 불편함이나 갈등을 꼭 해결하거나 극복해야만 하는 것일까? 극복하려고 할수록 해결하려 하면 할수록 삶은 더 어렵고 환경은 더 훼손되는 것 같다.
본 전시는 이러한 질문에서 시작한다. 세상은 극복하거나 정복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 우리에게 주어진 조건이자 우리가 속해 있는 환경이다. 이제 태도의 전환을 통해 세상을 대할 때이다.

푸른구슬의 여정

2022 여수국제미술제의 본전시의 주제인 <푸른 구슬의 여정>은 우리가 몸담고 살아가는 ‘인류세(人類世)’로서 지구에 대한 이야기이며, 하나의 지구로서 개인과 세상에 대한 기록이다. 환경문제에 있어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지금, 우리는 개인의 삶과 공동체로서의 사회, 그리고 생태로서의 자연 모두가 서로 닮아 있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세대와 이념, 그리고 인류와 자연의 반목과 갈등이 아닌 포용과 공존을 지향하면서 지금 우리가 당면한 현재의 삶과 자연이 그 자체로서 의미를 유지할 수 있고 지속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푸른 구슬’은 지금으로부터 오십 년 전 아폴로17호에서 승무원이 태양을 등지고 촬영한 ‘지구’에 붙인 이름으로, 70년대 환경주의 운동의 상징이 된 별칭이기도 하다. 본 전시는 지구의 은유를 사용하여 환경에 대한 고민과 태도 전환의 문제를 예술가의 시선과 태도, 그리고 그 표현들을 통해 제시하고자 한다.
전시 준비를 시작한 올해의 봄은 지난 이 년여 동안 인류를 힘들게 했던 코로나 바이러스가 ‘위드 코로나’로 전환되고 사회적 거리두기도 해제되던 시기였다. 새로운 일상에 대한 기대도 컸지만 동시에 불안감과 환경문제에 대한 진지한 재고도 절실히 요구되었다. 우리가 경험한바 특정 바이러스가 이렇게까지 장기간 지속된 적은 없었고, 게다가 이들의 침범이 지구온난화와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열대지역의 동물이 온대기후대로 넘나들게 되면서 바이러스도 옮겨졌다. 아직도 우리에게 생소한 병원체가 많다고 하니 그들과의 조우는 시간문제이다. 그래서인지 지구와 환경을 전시의 주제로 정하는데 있어서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은 어느 과학자가 주창하는 ‘생태적 전환’과 닿아있다.
진화생태학자인 최재천 박사는 다른 동식물과 지구를 공유하고 인류의 존재 자체에 대한 위협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생태적 전환’을 말한다. 그에 따르면, 다양성의 가치를 추구하고 머리가 아닌 몸소 실천해야 하며, 진화 또는 진보에 대한 일반적인 개념을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 자연의 본성은 다양성을 향해 끊임없이 분화하고 섞이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나 인간은 순수혈통과 우월인자, 명석하고 판명함, 일사불란과 질서정연함을 추구하면서 자연의 본성을 역행한다. 최재천은 “다양성은 편하고 좋아서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사람이 모여야 건강하고 튼튼한 사회가 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다양한 문화가 섞이고 많은 차이들이 혼재하는 것이 원래 자연스러운 일이다. 진화에 대한 개념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진화’를 발전의 의미, 즉 경제발전, 산업발전 등, 나아가 생산력 향상, 부의 축적 등과 동일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생물학적 진화는 강해지거나 약해지는 것, 두 가지 방향성을 지닌다. 코로나의 변이는 약해지는 진화의 대표적인 예이다. 숙주인 인간에게 치명적일수록 자신도 살아남지 못하니 계속되는 변이를 통해 힘을 약화시켰다. 이번 펜데믹이 기후위기에서 비롯된 만큼 인류도 이러한 병원체의 진화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 진화의 개념 중에는 ‘공진화(共進化)’가 있다. 공진화는 밀접한 여러 종이 상대 종에 상호영향을 주며 진화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달리는 속도가 빠른 쪽으로 진화한 아프리카 초원의 치타와 영양을 들 수 있다. 이들은 아무리 빨라도 주어진 신체조건 하에서 진화하기 때문에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다. 다른 생물의 공진화도 마찬가지다. 반면 산업화와 함께 성장한 현대 인류의 진화는 사실 기술의 발전에 의존하는 만큼 신체의 운동신경은 둔화하고 공감력은 떨어지기 때문에 공진화라고 하기엔 어렵다. 단편적인 예로, 자동차와 비행기 발명을 들 수 있다. 이제 진화의 진정한 개념은 공진화의 의미로 재편되어야 한다. 인류는 공생과 생존을 위해서 지구와 공진화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Trace of the Blue Marble

‘인류세’는 대기화학자 파울 크뤼천(Paul J. Crutzen)이 대중화시키고, 국제지질학연맹(IUGS)이 결의한 새로운 지질시대를 말한다. 이들은 현재 인류가 사는 시대를 새로운 지질시대로 정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직 정확한 지층이나 시기를 정하지 못했고 결정된 사항도 아니지만 플라스틱, 비닐, 스티로폼 등이 명확한 기준이 될 것은 자명하다. 최근 또다시 인류세가 활발하고 비중 있게 다뤄지는 추세다. 게다가 매체에서 연이어 보도되는 전(全)지구적인 이상기후 사태는 생각보다 놀랍고 심지어 비극적이기까지 하다. 지구가 병들어가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인류도 힘을 약화하는 방향으로 태도를 전환해야 한다. 진화가 삶을 지속하기 위한 생물학적 선택이라면 지금 우리는 지구에 행사하는 모든 인위적인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안된다. 조금 덜 편한 쪽으로, 덜 경쟁하고, 덜 발전하며, 덜 풍요로운 방향으로 생태적 전환의 태도를 취할 때이다.
환경문제는 다양한 분야에서 심도있게 다뤄지고 있다. 예술계에서도 마찬가지로 진지하게 접근하고 있고 논의도 활발히 이뤄지는 듯하다. 이제 기후변화로 인해 우리의 존재 자체가 위협받기 시작했으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푸른구슬의 여정>전도 환경을 주제로 다룬다. 대체로 예술가는 감성적인 방식으로 삶을 지속하는 성향이 강하다. 섬세한 감성으로 인해 자연의 본성을 덜 역행하고, 특유의 민감함으로 징후 포착과 위기 감지를 탁월하게 하며, 상상력과 표현력을 통해 감각적인 소통이 가능하고, 무엇보다 창작의 차원에 있기 때문에 다양성을 꾸준히 추구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예술가는 이미 생태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에 부합하는 작품으로 본 전시를 구성하여 관객에게 생태적 전환을 위한 선택과 방식을 제안하고자 한다. 본 전시의 작품들을 보면, 개개인의 일상에 대한 기록, 건강과 질병에 관한 메시지, 이념의 갈등과 폭력, 개인과 사회의 상호성, 각종 대립과 혐오, 자연과 인류문명의 관계 등, 환경문제와 더불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지구의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있고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생태적 전환’ 에 도움을 줄 것이다. 한편, 특별초청작가 이승택은 70년대 <지구행위>작업을 하였고, 진즉에 “자연파괴의 주범은 바로 인간들이란 것을 말하고 싶었고, 하나밖에 없는 지구를 되살리자는 강한 메세지를 담고자 했다”고 말했다. 또한, 특별소개로 구성한 올라퍼 엘리아슨의 ‘리틀썬’ 프로젝트는 전시 주제를 정하는 데 있어 큰 동기와 확신을 주었다. “누구에게나 태양 에너지를 제공하는 것은 간단합니다. 당신이 시작할 수 있습니다.”(올라퍼 엘리아슨) ‘리틀썬’은 그가 엔지니어와 함께 개발한 태양광 손전등으로서 아프리카 저개발국가에게 제공하기 위한 프로젝트다. 오래전부터 아프리카의 못사는 나라는 잘사는 나라의 각종 폐기물을 수용해 왔다. 현실적으로 낮에 일하는 아이들은 밤에 공부하려해도 전기가 없다. 작은 태양 빛은 아이들이 공부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하여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가난을 해결할 수 있게 할 것이다. 버릴 곳이 적어지면 줄이게 되어 있다. 그런 면에서 ‘리틀썬’은 환경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한다고 할 수 있다.
세상의 모든 불편함이나 갈등은 꼭 해결하거나 극복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극복하려고 할수록, 해결하려 하면 할수록 환경은 더 훼손되고 삶은 더더욱 어려워지는 것 같다. 전시를 통해 환경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그리고 우리의 삶을 지속하기 위한 구체적인 설명이나 방법을 알려주기는 어렵다. 그러나 관람자가 스스로 자문자답하면서 태도 전환의 필요성에 대해 고민할 수는 있을 것이다. <푸른구슬의 여정>전에서 지구의 여정(journey)이자 궤적(trace)을 닮은 예술가의 ‘흔적(Tracé)’들을 통해 지금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발견하기를 바란다.

-박순영(예술감독)

YIAF 2022 예술감독

박순영

주요경력

  • -(주) 선갤러리 큐레이터 (1999~2000)
  • -노화랑 큐레이터 (2002~2003)
  • -노암갤러리 큐레이터 (2004~2008)
  • -토탈미술관 학예연구원 (2010)
  • -서울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2010~2020)
  • -(재)울산연구원 비상임연구위원 (2019)
  • -(울산국제디지털아트비엔날레 기본계획 수립 연구)
  • - <문화공간 모음;> 대표 (현재)

인간의 경계

2022 여수국제미술제 특별전 "인간의 경계"展은 여순사건 발발 73년만인 2021년 6월 29일에 제정된 역사적인 여순사건특별법 제정을 기념하기 위해 여순사건을 주제로 한 전시회입니다.
여순사건은 1948년 10월 19일, 대한민국 정부수립 초기에 여수지역 공동체가 제주4·3과 함께 겪은 한국현대사의 대표적인 대규모 양민학살 사건으로서, 이 사건으로 인해 억울하게 숨져간 수많은 희생자들의 영혼을 위로하고, 슬픔과 분노와 절망 속에서 기나긴 세월동안 숨죽이며 살아왔던 유가족들의 통한의 아픔을 함께 공감하면서 이 사건의 진실과 정체성에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서고자 이 전시회를 마련합니다.

Border of Human

또한, 이 사건을 세상에 드러나게하고 피학살자조사부터 연구논문 생산 등 특별법 제정까지 25년간의 긴 세월동안 여순사건의 재조명을 위해 헌신해온 여수지역 인권운동가들의 노고를 격려하고, 앞으로도 계속 보완해 나아가야 할 특별법의 원활한 법 개정과, 불법 부당한 국가폭력에 결연히 항거했던 항쟁의 도시로 나아가기 위한 발판이 되고자 합니다.

2022 여수국제미술제 추진위원회